가을 바람이 좋은 제천

 

집에 있기에는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그런 날이다. 가을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러 나간다. 스키장을 간다고 수십 번은 지나가기만 했었던 제천으로 향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진소마을, 박하사탕 촬영지다. 몇 년째 38번 국도를 타고 갔는데, 네비게이션이 고속도로를 찍어준다. 평택-제천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었다. 덕분에 신호 걱정 없이 신나게 달린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국도로 접어드니, 익숙한 38번 국도에 들어선다. 길가에 코스모스들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



마을 입구에 다 와서 뜬금없이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진소마을은 완전 시골에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이 별장 혹은 도시가 싫어서 떠나온 사람들이 사는 것 같다. 좋아 보이는 집들, 그 앞에 마당들이 있다. 그 집들의 끝에 박하사탕의 촬영지가 있다. 박하사탕의 줄거리와 시놉시스를 보니 왜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가 나오는지 알겠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밑에서는 곡선이 많지 않아 보이나 철길 옆에서 그 곡선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강가를 거닐어 본다. 야영을 한 흔적도 보인다. 지금 날씨에 강가에서 야영이라, 운치 있다. 


 

청풍호로 가기 전 제천에 요기를 하러 간다. 제천의 명물 덩실 분식과 빨간오뎅 두 군데가 목적지이다. 덩실 분식, 이름부터 정겨운데, 그 간판은 더욱 정겹다. 간판은 마치 80년도에 멈춘 것 같다. 한자리에 오래도록 지켜온 간판이 주는 느낌과 생활의 달인에도 나왔다는 것이 찹쌀떡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준다. 거기에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와서 몇 박스씩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 1박스 10개에 5천 원 가격도 착하다. 찹쌀이 쫄깃한 것도 쫄깃하지만, 팥은 정말 집에서 직접 만든 팥이다. 어릴 때 집에서 엄마가 팥빙수 할 때 만들어 준 그 팥 맛이다. 적당히 달지만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 그런 팥. 


 

제천의 명물 빨간 오뎅, 가격도 착하지만,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시다. 라면 하나 끓여주는데도 계란을 넣어먹는지도 물어봐 주신다.​ 맛은 일반 분식집 맛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어서 맛있게 먹고 나왔다. 주위에 주차할 공간이 없으니 알아서 잘 주차해야 된다. 다시 이동해서 옥순 대교가 보이는 쉼터에서 쉬어간다. 잠도 오고 그냥 이런 날씨에 누워 있고 싶다. 정자에 누워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두리번거린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거짓말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위에 귀뚜라미와 아직 살아있는 매미 울음소리, 풀 냄새, 잠시 쉬어가니 늘 그 자리에 있던 자연이 다가온다. 바람도 살랑살랑 잠이 절로 온다.​ 잠시 후 몸을 써야 되기에 잠시 가을 바람을 느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늘의 메인 여행지인 자드락길의 한 코스인 괴곡 성벽길 전망대를 향한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말한다. 옥순 대교를 건너기 전에 주차를 했는데, 건너서 주차를 해도 됐는데, 덕분에 옥순 대교를 두 발로 건너볼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대교 한 가운데서 사진도 남겨 본다. 

 


 옥순 대교 하단에서부터 전망대까지 편도 2Km 정도의 트래킹 코스이다. 눈으로 봐도 산세가 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랜만에 산행이라 초반에 조금 힘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얕은 능선 정도 밖에 안 되는 산행이다. 약간의 경사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산이 험하지 않아서 가족 단위의 산행객들이 종종 보였다. 전망대 직전 포토존에서 경치를 즐기면서 땀을 식힌다. 밑에서 바라보는 옥순 대교와는 확연히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다리가 생기기 전, 과거 충주호 사진이 있다. 버스를 배에 실어서 이동하고, 사람들이 배에 가득 타고 출근하는 사진들, 불과 30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그리 먼 옛날은 아니지만 사진이 생소했다. 뗏목 같은 같은 버스를 태우다니. 생소한 사진을 뒤로 하고 최종 목적지로 향한다. 전망대에 올라가면서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멋진 풍경이 나를 맞이해줄지 그 생각 때문이다.



정상에 딱 올라서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주위가 뻥 뚫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시야에 막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눈 높이 위로는 하늘, 구름, 산 그 아래는 청풍호가 펼쳐져 있다. 햇빛을 피할 곳은 없지만 30분 정도를 풍경에 빠져 있는다. 청풍호를 오가는 배들 마저 한적한 오후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 나른한 풍경에서 나와 온길을 되돌아 간다. 산과 하늘 그것을 모두 담아 다시 보여주는 청풍호까지 이 가을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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